중대재해처벌법은 재해를 감소할 수 있는가? 

                                                                                          2023. 12. 29. 한국경제포럼

저자 : 박재옥, 한순구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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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산업재해 감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핵심 주장은 단순히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재해 감소를 보장할 수 없으며, 오히려 사업주의 '근로자에 대한 통제력' 수준이 법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라는 것입니다.

이론적 분석 결과

사업주와 근로자의 상반된 행동 변화: 중처법이 시행되면 사고 발생 시 책임이 커지는 사업주는 사고 예방을 위한 '주의 수준'을 높이는 반면, 근로자는 더 높은 수준의 손해배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주의 수준'을 낮출 동기를 갖게 됩니다.

사고 감소 효과의 불확실성: 사업주의 주의 수준이 높아지더라도 근로자의 주의 수준이 동시에 감소하면, 두 효과가 상쇄되어 법의 원래 취지와 달리 사고 예방 효과가 크지 않거나 오히려 사고가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업주의 '통제력'에 따른 효과 차이

통제력이 높은 경우 (긍정적 효과): 사업주가 근로자의 주의 수준을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경우(예: 제조업), 사업주는 자신의 주의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근로자의 주의 수준도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의 주의 수준이 향상되어 중처법이 의도한 대로 사고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통제력이 낮은 경우 (부정적 효과): 사업주가 근로자를 감독하기 어려운 환경(예: 건설업)에서는 중처법 시행으로 인해 근로자의 주의 수준이 낮아져 오히려 사고 발생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수치 예시에 따르면, 통제력이 전혀 없는 경우 중처법 시행 후 사고 발생 확률이 개별책임 상황보다 7배가량 높아지고 사회적 총비용도 급증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실제 통계와 시사점

시행 초기 효과의 불명확성: 법 시행 후 약 2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중처법이 사망재해를 확실히 줄였다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2022년(시행 첫해)에는 전년 대비 사망사고 건수는 소폭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8명 증가했습니다. 2023년 1~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사망자 수는 감소했지만 사망사고 건수는 증가했습니다.

업종별 효과 차이와 그 원인: 2023년 통계에서 제조업 분야의 사망사고는 줄었지만, 건설업 분야에서는 사망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가 모두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논문은 이를 사업주의 통제력 차이로 설명합니다. 즉, 근로자 감독이 비교적 용이한 제조업에서는 법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 반면, 감독이 어려운 건설 현장에서는 근로자의 주의 수준 저하로 인해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중처법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통제력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고려 없이 법을 시행하면 사고가 줄지 않거나, 사업주가 과도한 예방 노력을 기울여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