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은 왜 대표이사를 처벌할까?

법무법인 세창 뉴스레터 : 제198호 2023. 01. 02.

 

올해 초 1월 정계와 재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중대재해 처벌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합니다)이 드디어 시행되었습니다 . 사회 정책적 측면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민의 안전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효과적인지 또는 그 규제 범위와 정도가 충분한지가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반면, 법률적 측면에서는 이 법률이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될 것인지, 쉽게 말해 “누가 재해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아직 구체적인 판례가 축적되지는 아니하였으나, 이번 글에서는 산업재해와 관련하여 최근 내려진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라 합니다) 판례 등을 검토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 주체 및 내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람이 상해 또는 사망하는 산업재해 발생시 사고의 원인이 된 과실행위자에게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죄책,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이 있었다면 양벌규정에 따라 그 위반행위자와 사업주의 산안법 제167조 제1항(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만), 제168조 위반죄의 죄책이 문제됩니다. 이러한 산업재해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경우 사업주가 개인이면 개인사업주의 사업주가 법인이면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위반죄의 죄책이 문제되고 법인은 양벌규정으로 처벌받습니다. 사업주가 법인인 경우 지금까지 산안법에서는 법인 사업주와 현장에서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책임을 부담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그 경영책임자도 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생긴 것입니다.

 

이 때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주체인 “경영책임자” 는 반드시 대표이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노동청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2022년 12월 초까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 31건 모두 안전보건담당임원(CSO)가 아닌 대표이사를 책임자로 보았다고 발표된 이상 실질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 주체는 대표이사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일 추후 동 법 시행령 개정이나 법원의 판례상 해석에 따라 CSO를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법조계는 CSO에게 안전보건 업무에 관하여 대표이사에 준하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어야 중대재해처벌법 상의 경영책임자로 인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법원은 산안법 위반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사업장에서 실질적으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한 자가 안전보건조치의무자라고 보고 있으므로, 대부분의 경우 대표이사가 안전보건조치 의무자라고 볼 수 없다거나 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예컨대 법원은 반도체 공장에서 불산 가스가 누출되어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사상의 피해를 입은 사건에서, 도급인의 대표이사는 개별 작업 이전에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거나 안전조치에 대한 결정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각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로 하여금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였다거나,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미필적으로 방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도11847 판례와 그 하급심).

 

물론 산안법에 따라 회사의 대표이사 또는 도급인 회사의 대표이사가 처벌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0도15325 판결은 수급인 회사(조선소) 노동자가 절단작업 중 재해로 사망한 사고에서 선박수리업 등을 하는 도급인 회사의 대표이사가 산안법상 요구되는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도급인 대표이사 측에서는 도급인이 상당한 규모가 있는 회사이고, 하청회사의 조선소장을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임명하였으므로 자신은 산안법상 의무의 주체가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도급인 대표이사가 사업장에 상주하면서 업무처리를 하였고, 작업 준비 회의에도 참여하여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등 구체적 지휘감독을 하였다면서, 하청 조선소장을 실질적인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볼 수 없고 도급인 대표이사가 안전보건조치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ㆍ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산안법 위반죄가 성립하므로, 도급인 대표이사에게는 안전조치 불이행에 대한 산안법 위반의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0도15325 판결,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12515 판결,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

 

위 판례에서도 법원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가 누구인지를 살핌으로써 산안법 위반의 주체를 특정하고 있는데, 대규모 사업장의 최고책임자인 대표이사 등은 각 개별 사업장이나 작업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산안법 상의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산안법 상의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그 관리의무를 이행하도록 의무지우고 그 위반에 따른 책임을 지우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 제정된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자가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관리할 의무를 부과하고 그 위반으로 인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에 비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하는 의무는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등 비교적 추상적인 관리의무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과 그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상당히 직접적인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는 그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다소 간접적일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경영책임자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인력과 예산을 편성하고 체계를 구축하여 관리할 의무를 불이행하였다는 점, 그 불이행으로 인해 실제로 재해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가 이행되지 아니하였다는 점, 그로 인해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에 관하여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정에서 그 인과관계를 법률상 추정한다는 조항을 넣었다가 최종 입법시에는 이를 삭제하게 되었는데, 현실적으로 중대재해의 발생원인은 복합적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 인과관계의 증명을 엄격히 요구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위 산안법 판례들과 같이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불이행하면서 재해발생의 위험성을 인지한 이상 의무위반의 미필적인 고의를 인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취지 및 경영책임자들에게 부과하는 의무의 내용이나 성격에 비추어 그 의무위반과 사고발생의 인과관계를 거의 사실상 추정된다고 판단하거나 인과관계를 넓게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사료됩니다.

 

이 법률과 관련한 비판적 의견의 핵심은 복잡화된 산업사회에서 거대한 조직의 장에게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그 관리체계를 구축할 의무를 부과하고 그 위반을 처벌하는 것이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 상 수범자의 권리보호와 산업재해 방지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은 서로 상충하는 관계에 있지 않고 오히려 반대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은 중대재해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아니라 중대재해의 발생 방지이고 이를 위해선 중대재해의 원인을 찾아 그 방지 대책을 구체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의무를 책임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법령에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의무를 효율적이고 상세하게 구체화함으로써 비로소 재해발생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일 중대재해가 발생한 때에도 책임자의 의무위반행위를 밝히고 재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 그 관련 법규는 앞으로도 많은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나, 그 전까지는 앞으로 나올 법원의 해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변호사 조희수(現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