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다273592 공탁금 출급청구권 확인 (라) 파기환송

[공사의 하수급인이 발주자, 수급인과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합의를 하였는데 하수급인이 발주자에게 직접 지급을 청구하기 전에 수급인의 채권자들이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한 사건]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에 기해 하도급대금을 직접 하수급인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한 경우 발주자의 직접 지급 의무 발생시기와 효력 및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에 의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수급인의 제3채권자가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채권에 관하여 압류 등으로 집행보전을 한 경우 집행보전된 채권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하여 하수급인에게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는지 여부(소극)◇

☞ 공사의 하수급인인 원고는,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에 따른 발주자 및 수급인과의 직접 지급 합의에 기해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으나, 직접 지급 청구 전에 수급인의 채권자들이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에 압류·추심명령 또는 가압류명령을 받았음. 발주자는 원고와 피고들(수급인 및 수급인의 채권자들)을 피공탁자로 하여 공사대금을 혼합공탁하였고,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공탁금 출급청구권의 확인을 청구한 사안임.

☞ 원심은, 원고가 시공한 부분에 대한 기성검사 및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을 때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사유가 발생한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직접 지급 청구 전에 공사대금채권에 대하여 집행보전이 이루어진 이상 원고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음.

☞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고가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에 관한 직접지급청구권은 직접 지급 합의를 한 때 발생하고, 동시에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는 하도급대금의 범위 안에서 소멸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원고에게 이전되므로, 직접 지급 합의 후 이루어진 수급인의 채권자들에 의한 압류 등은 이미 소멸한 채권에 대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함.

[법률라운지] 3자간 합의에 의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의 효력

[대한경제신문] 2025. 12. 4.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 제도는 1984년 하도급법 제정 당시 도입되었다. 비교적 단순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분쟁은 끊이질 않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례도 많은 편이고 그간 7차례 개정을 거쳐 보완되어 왔으나 아직까지도 명료한 해석이 없다.

대법원은 2008. 2. 29. 선고 2007다54108 판결에서 3자간 합의의 의사를 채권양도의 실질을 갖는 경우와 공사를 시행한 범위 내에서 직접지급하기로 하는 경우로 구분하고, 전자의 경우 하수급인이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확정일자가 필요하고 후자의 경우 하수급인이 압류 당시까지 발생한 시공분에 한하여만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압류의 효력으로 직접지급합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혼란을 초래하였다. 이후 건설업계에는 압류 이후의 시공분도 직불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합의서에 확정일자를 받는 것이 유행하였고, 일부는 판시 내용을 합의서에 담기도 하였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2025. 4. 3. 선고 2021다273592 판결에서, 직불 합의를 한 때에 하수급인에게는 발주자에 대하여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므로 이후에 이루어진 압류는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도 해석될 수 있는 판시를 하였다. 압류 이후의 시공분에 대하여도 직접지급청구권이 유지되는지에 대하여 명확한 설시가 없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위 판례를 인용한 광주지방법원 2025. 5. 27. 선고 2024가단513050 판결은, 직불합의서는 그 합의시점에 직접지급청구권이 성립 내지 발생하고 하수급인이 공사를 시행하였을 때 직접지급청구권의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을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약정이므로 직불합의가 인정되면 원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대금지급청구권이 배제되어 발주자가 원수급인에게 기성금을 지급해도 발주자는 여전히 직불합의에 따라 하수급인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하였다. 부산지방법원 2025. 5. 28. 선고 2023가단344739 판결도 원수급인의 하도급공사대금 채무는 직불합의가 성립한 시점에 소멸하였다고 판시하였다.

하도급법 제14조가 정한 직접지급 사유는 4가지이나, 실효성은 3자간 직불합의가 압도적이다. 발주자가 유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 원수급인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의무가 면제된다(법 제13조의2 제1항 단서, 시행령 제8조 제1항).

대부분의 직불합의는 하도급계약 체결 시에 하므로 대상은 모두 장래 시공분이다. 하수급인은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는 계약이라고 신뢰하고 시공에 임한다. 이러한 하수급인의 신뢰는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 공사 중에 원수급인의 채권자가 원도급대금에 압류를 하는 경우 하수급인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이다. 그러한 압류가 이미 체결된 직불합의에 따른 하수급인의 권리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불측의 손해를 강요하는 것이다.

하도급법 제14조 제2항의 문언과 같이 직접지급 사유가 발생하면 원수급인에 대한 발주자의 대금지급채무는 소멸되므로 이후 원도급대금에 대한 압류가 있더라도 소멸된 채권에 대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즉, 직접지급 합의 당시 원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이 하도급대금만큼 하수급인에게 동일성을 유지한 채 그대로 이전되어 소멸하고, 다만 직접지급청구권의 성립 이후에 실제 하수급인이 공사를 시행하였을 때 비로소 직접지급청구권의 이행기가 도래할 뿐이다. 하수급인의 직접지급청구권 발생(직접지급합의 시) 여부와 이행기의 도래 여부는 구분되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체결 시 이루어지는 3자간 직불합의는 그 대상이 된 하도급대금이 모두 장래분으로서 그 합의서의 취지대로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온전히 지급을 해야 하고, 이후 원도급대금에 대한 제3채권자의 압류가 있다고 하여 이미 발생한 하수급인의 직접지급청구권이 제한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그래야 직불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앞으로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이은재 수석전문위원(법무법인 율촌)